[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 – 못다한 이야기 (Director’s Cut) #80] 로스차일드 가문의 전략과 경제 ②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활용

윤승환, 정승원 | 2018/04/18 14:23

둘째, 다섯 아들과 세계적인 금융 및 종합상사 네트워크 구축

마이어 로스차일드는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투자 종자돈을 마련한 그는 다섯 아들들이 성장하자 각자의 능력과 역할을 감안하여 유럽 전역에 로스차일드 은행 지점망을 구축할 것을 지시한다. 즉, 첫째 암셀 로스차일드는 아버지와 같이 고향에 로스차일드 프랑크푸르트 본점을 설립하였고, 둘째 살로몬은 오스트리아 빈, 능력이 가장 뛰어난 셋째 네이선은 영국 런던, 넷째 칼은 이탈리아 나폴리, 다섯째 제임스는 프랑스 파리에 각각 지점망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1800년대 초반에 이러한 금융 및 정보 네트워크를 만든 것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이들은 혈연이라는 끈끈한 신뢰를 통해 서로간에 자금과 정보를 교류하며 성장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환투기, 부동산 투기, 상류층의 비자금 세탁과 상속세 탈세, 전쟁 물자 공급, 대 정부 긴급자금 대출, 유럽 횡단 철도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마치 현대의 종합상사나 무기상인, 금융권인 사모펀드, 투자은행, 종합증권업 등을 망라한 방대한 영역에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많은 국내외 그룹들이 글로벌 경영과 스피드 경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막상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00년대 초반의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주요 멤버들을 직접 글로벌 포스트에 진출시켜 이렇게 자금과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한 사례는 결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사전 정보 입수와 대담한 투기

마이어 로스차일드의 셋째 아들로 영국 런던에서 로스차일드 은행 지점을 연 네이선 로스차일드 (Nathan Mayer Rothschild, 1777 ~1836) 의 세기적인 투기로 인해 로스차일드 가문은 영국 금융계의 황제로 등극하게 되고, 이때 쌓아 올린 전 세계 최고 부자 가문의 지위는 이후에 신대륙 미국으로도 확장되어 오늘날까지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15년 6월, 전 유럽의 관심사는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 장군의 영국군과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이 벌이는 대회전에 집중되고 있었다. 영국이 패할 경우 나폴레옹의 영국 점령과 더불어 막대한 전쟁 배상금으로 인해 영국 국채와 주식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반대로 영국이 이길 경우 영국의 유가증권 가격은 하늘 끝까지 치솟고 반대로 프랑스 유가증권이 폭락할 것이었다.

이 당시 전쟁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로스차일드 가에서는 비밀 스파이 망과 각지의 전용 마차와 쾌속선이 즉시 연결되는 정보 전달 체계를 구축해 놓았으며, 나폴레옹의 패배가 확실시 되자 로스차일드의 정보원은 벨기에 브뤼셀 근처에서 당일 저녁에 출발한 후 영불 해협까지 건너며 약 380km 를 달려 다음날 새벽도 되기 전에 런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새벽에 전쟁 결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3남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아침부터 런던 증권거래소로 달려가 무표정하게 영국 유가증권을 전부 팔아 치우기 시작했고, 네이선은 전쟁 결과에 대해 뭔가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은 다른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져 일제히 투매에 나섰다. 나폴레옹이 승리한다면 예전 유럽에서처럼 런던에 들어와 모든 귀족들의 재산을 압수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현금과 귀금속으로 바꿔서 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후가 지나게 되자 그들은 액면가의 5%에 불과한 가격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현금을 건지기 위해 전부 투매하였다.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네이선은 증권시장의 폐장 무렵이 되자 그전과는 정반대로 모든 증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하룻동안의 거래로 다음날 밤 11시 웰링턴 장군의 승전보가 정해지기 전까지 네이선은 최초 투자금의 20배나 되는 차익을 올렸다. 총탄이 날아다니고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실제 전쟁의 막후에서는 자금과 정보 네트워크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실제 전쟁 못지 않게 치열한 금융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단숨에 영국 정부의 최대 채권자로 등극하게 됨과 동시에 영란 은행(Bank of England) 의 통제권을 거머쥔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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