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기록 마니아임과 동시에 지독하리만큼 철저한 정보 수집 마니아로서, 정확한 정보 없이는 결코 자신의 함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장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20일 뒤인 5월 3일에야 본진인 여수를 떠나 제1차 출동에 들어가는데, 이렇게 지체된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왜군의 수군 함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수 본진을 떠나 거제에 도착한 충무공은 왜군에 대한 정보를 더욱 자세히 수집해 나갔다. 왜군의 조총의 위력과 사거리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판옥선에 설치된 총통의 사거리가 500보 가량이므로 왜군 조총의 사거리 100보 가량에 비해 원거리 포격적으로 전략을 수립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현대의 연구자들도 조선 화포의 유효사거리는 제일 작은 것도 70~100m 이며, 조총의 유효사거리는 30~50m 수준이므로 충분히 안전한 거리에서 사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장군은 유효사거리에 따라 화약의 양을 정확히 사전에 계량화하여 기름종이에 별도로 구분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화약을 그때그때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신속성 (상황에 맞는 화약을 즉시 사용 가능) , 정확성 (유호사거리 조절 가능), 안전성 (위급한 상황에서 과도한 화약 투입으로 인한 폭발 사고 방지), 효율성과 경제성 (화약의 과도 또는 과소 사용을 통한 낭비 방지) 등에서 탁월한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장군의 원거리 포격 전략은 적중하여 왜군과 조우한 최초의 해전인 옥포 해전과 연이은 2차 합포 해전에서 대승리를 거둔다. 장군의 정보 수집에 대한 집요함은 이때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연이은 두 번의 승리에 다소 방심하고 지친 아군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대신 곧바로 지속적인 정보 수집을 실시한 것이다. 즉, 합포 해전에서 다급해진 왜군이 배를 버리고 육지로 상륙하여 도망가자, 적을 쫓는 대신 버려진 적선에 아군 판옥선을 충돌시킬 것을 명령한 것이다. 배로 배를 들이받는 충파(衝破, 부딪쳐 깨뜨림) 전술은 지금까지 조선이나 일본의 해전에서 시행된 적이 없는 전술이었으며, 장군은 이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들의 생각으로는 장군은 이미 왜적의 적선이 단거리 수송용 화물선의 성격이 강하고, 조선 침략을 위해 대량의 배가 급조되었고, 자재를 얇은 삼나무로 만들고 철로 된 못으로 판자를 박아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점 (따라서 무거운 원거리 총통을 배에 실을 수가 없었음) 등을 어느 정도 알고 계셨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비해 아군의 주력 함선인 판옥선은 당파 전술에 적합하게 튼튼한 소나무로 만들어 나무 못으로 견고하게 고정시켰으므로 물에 오래 띄워놓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판옥선 충돌 실험 결과는 역시 이순신 장군의 예상대로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이후 원거리 선제 포격 및 충돌 격침 전략은 충무공의 무패 전략의 핵심 전술로 자리잡게 된다. 

한편, 장군이 조정에 올린 1593년의 장계에서도 철저한 정보수집 체계의 일면이 잘 나타나 있다. “신이 거느린 함선은 전선이 42척이고 정탐용 작은 배가 52척이며, 우수사 이억기가 거느린 함선은 전선이 54적이고 정탐용 작은 배가 54척이며, 전쟁기구는 배의 척수에 따라 정비하였습니다.” (《李忠武公全書》 卷三, 請湖西舟師繼援狀)

이 기록에 따르면 충무공의 함대는 비록 크기는 작으나 정찰용 선박이 전투용 선박보다 더 개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충무공은 일본군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탐망선 이외에 별도로 육상의 정찰부대를 운용하였다. 거제도의 안쪽 바다로 통하는 칠천량 앞 바다를 감시하는 영등(永登) 정찰부대, 거제도의 바깥 바다로 통하는 해로와 웅천 및 가덕도 앞 바다를 감시하는 대금산(大金山) 정찰부대, 그리고 고성 쪽의 육지와 바다를 감시하는 벽방산(碧芳山) 정찰부대가 그것이다. 이 부대의 활약을 통해 이순신은 안골포, 가덕도, 제포, 웅포, 거제 등을 오가는 일본 수군과 고성 쪽의 일본 지상군의 동태를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육로로 정찰 임무를 띤 군관을 직접 보내 거제 동쪽의 적의 동태를 살피기도 하였다. 실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퇴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는 손자병법의 격언을 최대한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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