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천회장이 서울로 발령을 받아 무선연구실장이 되었을 때, 이미 첫 번째 모델의 휴대폰이 출시되었고, 두 번째 모델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었다. 첫 번째 모델은 실패작이었다. 그리고 천회장이 판단할 때, 두 번째 모델 역시 실패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임원들에게 보고하고 두 번째 모델 개발을 바로 중단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비서실에서 전화가 와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10억원이나 투입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거냐’고 따지더군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회사는 10억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의 10배 이상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겨우 설득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큰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일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일이 잘못 될 것을 알면서도 귀찮은 일을 벌이지 않기 위해서 모른 척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둘 다 기업가정신에 어긋나는 생각이다. 

천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개발에 방해가 되는 부분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 이미 1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를 무산시키고 새롭게 진행시킨 다는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반대와도 싸워야 하고,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 못 한다면? 그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면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일을 추진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천회장은 모토롤라를 능가하는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달성했다. 하지만 처음 무선연구실장을 맡았을 때, 10억원이 투입된 두 번째 모델 개발을 계속 추진했다면, 그의 포부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시기를 놓친 삼성전자가 ‘애니콜 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목표의식’은 중요하다. 설사 그것이 다소 ‘통증’을 유발할지라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면 타협하지 말고 주장해야 한다. 적당히 타협하는 리더를 부하들은 존경하지 않는다. 부하들은 일관성 있게 전진하는 리더를 믿고 따른다.  

▲ 저자 신진오의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혜성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