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대한민국이 아닌 해외에서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신경영’을 선포했다. 삼성그룹 회장 취임 6년째를 맞았던 그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국내 1위 기업으로만 만족했다가는 글로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회장의 신경영 선포는 삼성그룹 내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커다란 전환점 이었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꿔라’라고 강조하며 기존의 낡은 기업관행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양’ 위주의 경영에서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후 많은 학자들은 이건희 회장의 이러한 과감한 결단 때문에 삼성전자가 1997년 이후 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회장의 결단이라는 것이 조직의 뼈를 깍는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건희 회장과 동행했던 삼성전자 임원들의 분위기는 마치 전투를 앞둔 병사들과 같이 초긴장 상태였다.

이회장은 직접 임원들 앞에서 몇 시간씩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했다. 호텔에 투숙한 임원들은 낮에는 현장 견학과 시장조사를 해야 했고 밤에 모여 분임토의 형식으로 각 사업부의 평가와 반성을 거듭해야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2박3일의 대장정을 마친 마지막 날, 이회장과 120여명의 삼성전자 임원들이 모여 그 자리의 모든 임원들이 자신의 느낀 점을 이회장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그룹 총수의 생각에 부응하기 위해서 ‘자기 반성’과 ‘변화의 다짐’ 등을 주로 이야기 했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발표를 하고 그 자리에 모였던 임원들 중 가장 서열이 낮았던 한 고참 부장의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그 고참 부장의 이야기는 그 동안 이야기 했던 임원들의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저의 포부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회장님께 드리는 충고 입니다.”

‘회장에 대한 충고’라니 ?  그룹의 임직원들 중 그룹 총수인 이회장에게 감히 이런 식으로 직설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이 사람이 현재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기업 씨젠의 천경준 회장이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천경준 회장의 기업가정신에 대해서 배워보자.

▲ 저자 신진오의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혜성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