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전략은 어떻게든 이번 한 번만 이기면 되는 전쟁에서 매우 유효한 전략이지만, 지속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거나 대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타격을 입히게 된다. 요컨대 속임수는 결국 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진실하지 못해 큰 타격을 입거나, 반대로 위기를 진실 규명과 전면 보상이라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여 도리어 이미지가 상승하게 된 개인과 기업 경영의 사례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땅콩이나 가습기 등 한국 내의 사례도 많지만 본 칼럼에서는 편의상 과거 미국 기업의 대표적인 위기 대처 사례로 포드 자동차의 ‘핀토’ 와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2가지를 예시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1970년대 포드 핀토는 아주 인기 좋은 소형차였다. 당시 오일 파동으로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스타일은 물론 효율, 가격 삼박자가 맞으면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자동차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바로 연료 탱크를 보호하는 지지 구조물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뒤에서 시속 20마일 이상의 속도로 핀토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연료 탱크가 밀려들어가 쉽게 폭발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후 실제로 이런 사고가 종종 발생했고, 5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였으며 그 이상의 사람들이 화상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이 그 이후에 발생했다. 사고를 입은 사람들이 설계의 결함을 문제 삼아 포드 자동차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던 중, 포드가 이미 개발 단계에서 핀토의 결함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핀토를 그냥 출시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포드는 자체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연료탱크를 개선하는 비용이 그에 따른 이익보다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함이 있는 상태로 출시를 감행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배심원들은 격분하여 포드에게 어마어마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을 내렸다. 또 포드는 이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의 신뢰를 잃고, 판매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1885년 외과용 붕대 개발에서 출발해 현재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제품 제조업체 중 하나로 성장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사례도 있다. 글로벌 기업이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존슨앤존슨이지만 이곳에도 큰 위기는 있었다. 존슨앤존슨의 히트상품인 타이레놀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둘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그런데 1982년에 타이레놀을 복용한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타이레놀에 청산가리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타이레놀에 대한 신뢰도는 급감하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존슨앤존슨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임스 버크는 타이레놀의 광고를 전면 중지하고, 대신 “우리 제품을 절대 복용하지 마세요.”라고 홍보했다. 또, 미국 전역에서 타이레놀을 전량 회수했는데 그 양이 무려 3,100만병으로 시가 1억 달러어치에 달했다. 또,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 결국에는 한 정신병자가 독극물을 투입한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문제를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존슨앤존슨은 추후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 회사의 잘못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존슨앤존슨은 공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기에 팔리지 않고 시중에 남아 있던 타이레놀 캡슐을 전량 회수(리콜)하는 한편, 신뢰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실천했다. 또 타이레놀을 회수한 가정에는 무료로 다시 같은 양의 제품을 제공했다. 이런 철저한 노력 끝에 존슨앤존슨은 다시 예전 이상의 신뢰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비용을 따지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우선적 책임을 약속하였으며, 이 신조에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실천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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