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영웅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로 간에 오해와 불신이 쌓여가면서 결국 대립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대결의 양상이 전 세계 인공지능(AI) 분야의 양대 산맥인 ‘IBM 왓슨(Watson)’과 ‘구글 알파고(AlphaGo)’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뛰어난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 때문에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일까. 

▲ IBM 왓슨(Watson)과 구글 알파고(AlphaGo)의 비교 (출처: SK㈜ C&C Blog)

그 이유는 두 AI가 지닌 각각의 차이점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큰 차이는 ‘의사결정방법’이다. 왓슨은 사람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는 반면, 알파고는 의사를 ‘스스로 결정’한다. 또한, 주요 적용 분야로는 왓슨은 ‘의료, 금융, 유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알파고는 ‘게임이나 헬스 분야’에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의료용 AI를 최초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서 왓슨이 암 환자의 나이, 체내 종양 분포, 중증도, 과거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해 적합한 치료법을 의사에게 제시하는 사례와 자체적으로 사고 및 판단하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바둑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사례가 각각의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두 인공지능 시스템 중 어떤 것이 우수하냐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IBM과 구글의 AI 발전 주도로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AI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개별적인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모두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지향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영웅은 대립과 갈등을 거듭하다 서로의 공통점과 동일한 목표를 깨닫고 ‘동반자’로서 함께 힘을 합친다. 같은 궁극적 목표를 지닌 왓슨과 알파고도 ‘동반자’로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